우리나라 지도를 멀리서 보면 육지보다 바다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다. 서해와 남해를 따라 작은 섬들이 점처럼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남과 경남의 해안을 확대해 보면 섬이 너무 많아서 어느 것이 육지이고 어느 것이 섬인지 한눈에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제주도처럼 누구나 알고 있는 큰 섬도 있지만, 사람이 사는 섬보다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이 훨씬 많다. 바닷가에 가서 멀리 바라보면 눈앞에 보이는 작은 섬 하나가 사실은 수많은 섬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한반도는 하나의 큰 육지로 이어져 있는데 왜 해안에는 이렇게 많은 섬이 만들어졌을까?
단순히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삼면이 바다인 것만으로 섬이 이렇게 많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동해안은 남해와 서해에 비해 섬이 많지 않다. 같은 한반도의 바다인데도 어느 해안에는 섬이 빽빽하게 모여 있고, 어느 해안에는 길게 이어진 육지가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다.
이 차이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나라의 섬이 단순히 바다 위에 새롭게 만들어진 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반도의 해안 지형과 빙하기 이후 해수면 상승이 서해와 남해에 수많은 섬을 만든 과정을 살펴보고 동해와 섬의 분포가 다른 이유까지 알아본다.

우리나라의 섬은 바다에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원래 육지의 일부였다
우리나라의 섬을 이해하려면 먼저 육지와 섬을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섬 가운데 상당수는 처음부터 바다 위에 따로 만들어진 땅이 아니다. 원래 육지를 이루고 있던 산이나 구릉의 일부가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남아 섬이 된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하면 바다가 육지 사이로 들어온 것이다.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의 해안을 살펴보면 해안 가까이에 낮은 산과 구릉이 많고, 육지가 바다 쪽으로 복잡하게 뻗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지형에 바닷물이 들어오면 높은 부분은 섬으로 남고 낮은 부분은 바닷물에 잠긴다.
그러면 원래 하나로 이어져 있던 육지가 여러 조각으로 나뉜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런 형태의 해안에서는 섬이 하나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산줄기와 구릉이 여러 방향으로 이어져 있다면 바닷물이 그 사이를 파고들면서 수많은 섬과 만, 곶이 만들어질 수 있다.
전남 서남해안에서 섬이 유난히 많은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해안선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크고 작은 만이 깊숙하게 들어와 있으며, 바다 가까이에 낮은 산지와 구릉이 이어져 있다.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경계가 단순한 직선이 아니라 수많은 굴곡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지도를 볼 때 섬의 개수만 세는 것보다 섬과 육지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섬이 많은 곳은 바다에 땅이 많이 떠 있는 곳이라기보다, 육지와 바다의 경계가 복잡하게 나뉘어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지질과 지형이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낸 산지와 구릉이 더해졌다.
결국 섬의 분포는 바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육지의 모양이 어떤 형태였는지가 먼저 결정되고, 그 지형에 바다가 들어오면서 섬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관점으로 보면 서해와 남해의 수많은 섬은 서로 아무 관계가 없는 작은 땅들의 집합이 아니라, 과거 한반도 해안 지형이 바다와 만나면서 만들어진 하나의 거대한 지형 체계처럼 보인다.
빙하기가 끝난 뒤 바다가 높아지면서 해안의 모습이 크게 달라졌다
그렇다면 원래 육지였던 곳에 어떻게 바닷물이 들어오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빙하기 이후의 해수면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으로부터 수만 년 전에는 지구의 기후가 지금보다 훨씬 추웠던 시기가 있었다. 이때 많은 양의 물이 육지의 빙하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전 세계의 해수면은 현재보다 낮았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육지가 바다 위로 드러나 있었다.
한반도의 서쪽과 남쪽 해안도 지금과는 모습이 달랐을 것이다.
이후 기후가 따뜻해지고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다시 상승했다. 바닷물이 점차 육지 쪽으로 들어오면서 낮은 지형부터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차이가 생긴다.
모든 해안이 똑같은 모습으로 잠기는 것은 아니다.
평평한 지형에서는 바닷물이 들어와도 해안선이 비교적 단순하게 이동한다. 반면 산과 구릉이 복잡하게 분포한 지역에서는 낮은 골짜기와 계곡이 먼저 바닷물에 잠기고 높은 부분은 남게 된다.
결과적으로 높은 지형은 섬이 되고, 낮은 골짜기는 바닷물이 들어온 만이나 해협이 된다.
오늘날 남해안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한 섬과 만의 모습에는 이러한 과거의 해수면 변화가 남아 있다.
특히 서남해안의 복잡한 해안선을 보면 바다가 육지의 낮은 부분을 따라 안쪽으로 깊숙하게 들어온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섬을 볼 때 “바다에서 화산이 폭발하거나 지각이 솟아올라 만들어졌다”고만 생각하면 전체적인 모습을 이해하기 어렵다.
제주도처럼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섬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연안 섬은 기존 육지의 지형과 해수면 변화가 결합해 형성된 섬이다.
이 차이는 상당히 중요하다.
섬의 생성 원인이 모두 같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울릉도처럼 화산 활동과 직접 관련된 섬이 있는 반면, 서해와 남해에는 육지가 바다에 의해 나뉘면서 만들어진 섬들이 많이 분포한다.
같은 ‘섬’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만들어진 과정은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섬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섬 하나하나의 크기보다 어떤 지형 위에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왜 섬은 서해와 남해에 집중되어 있을까?
이제 가장 재미있는 질문이 남는다.
우리나라가 삼면이 바다라면 동해에도 섬이 많아야 할 것 같은데 실제 모습은 그렇지 않다.
서해와 남해에는 수많은 섬이 흩어져 있지만 동해안에서는 상대적으로 섬을 찾기 어렵다.
이 차이는 각 바다와 맞닿은 해안의 지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동해안은 해안 가까이까지 산지가 이어지는 구간이 많고, 해안선도 서해와 남해처럼 심하게 들고나는 형태가 아니다. 동해안의 해안선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곧게 이어지는 부분이 많다.
반면 서해와 남해는 복잡한 만과 곶이 반복되고 섬이 육지 가까이에 촘촘하게 분포한다.
특히 남해안에서는 크고 작은 섬들이 육지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안선이 매우 길어지는 효과까지 나타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해안선을 이야기할 때 단순히 “한반도의 가장자리가 얼마나 긴가”만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육지와 섬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육지만 놓고 보면 하나의 해안선이지만, 섬을 포함하면 수많은 해안이 추가된다. 작은 섬 하나에도 바닷물과 맞닿는 해안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섬이 많은 지역에서는 지도상의 육지 면적에 비해 실제 바다와 접하는 경계가 훨씬 복잡해진다.
이것은 단순한 지리적 특징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도 영향을 주었다.
섬이 많은 서남해안에서는 육지와 섬 사이를 오가는 배가 오랫동안 중요한 교통수단이었고, 섬의 위치와 바다의 수심은 어업과 해상교통의 조건을 결정했다.
또한 섬과 섬 사이에 형성된 좁은 바다는 파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곳을 만들어 항구나 어촌이 자리 잡기 좋은 공간이 되기도 했다.
남해안에서 섬들이 단순히 경관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어업과 양식업, 해상교통과 지역 생활의 공간으로 활용되어 온 이유도 이러한 지형적 조건과 관련이 있다.
결국 우리나라에 섬이 많은 것은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
한반도의 산지와 구릉이라는 육지의 지형이 있었고, 빙하기 이후 해수면이 상승했으며, 서해와 남해의 해안 지형이 복잡했기 때문에 높은 지형은 섬으로 남고 낮은 지형은 바다에 잠기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섬의 분포는 다시 사람들의 생활과 경제활동에 영향을 주었다.
자연이 만든 섬의 모양이 인간의 공간 이용 방식까지 바꾼 것이다.
우리나라에 섬이 많은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삼면이 바다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중요한 이야기가 빠진다.
우리나라의 섬을 만든 핵심에는 복잡한 해안 지형과 과거의 해수면 변화가 있다.
특히 서해와 남해에서는 육지의 산과 구릉 사이에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원래 연결되어 있던 지형이 여러 부분으로 나뉘었다. 높은 곳은 섬으로 남았고 낮은 곳은 바다에 잠겼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많은 섬은 바다 위에 새롭게 만들어진 땅이라기보다, 과거 육지의 흔적이 바다 위에 남아 있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섬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멀리 떨어진 작은 섬 하나를 보더라도 ‘저 섬은 어떻게 저기에 생겼을까?’라는 질문에서 그치지 않고 ‘원래 저곳의 육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서해와 남해에 섬이 몰려 있고 동해에는 상대적으로 섬이 적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각 해안이 가진 지형과 바다의 조건이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섬은 단순히 숫자가 많은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지질과 지형, 과거의 기후 변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남긴 결과다.
그래서 섬을 바라보는 것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땅을 보는 일이 아니다.
그곳에 남아 있는 한반도의 과거를 읽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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