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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의 이야기

산이 없는 나라에서는 어떻게 살아갈까? 평평한 땅이 만든 전혀 다른 삶의 방식

by 지리노트 2026. 7. 7.

얼마 전 오랜만에 가까운 산에 다녀왔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정상에 도착해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동안의 피로가 금세 사라졌다. 도시와 강, 멀리 이어지는 산맥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보고 있으니 왜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든 산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산이 거의 없는 나라 사람들은 어떤 풍경을 보며 살아갈까?'

평소에는 산이 너무 익숙해서 특별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주말이면 등산을 가고, 여행을 가도 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세계를 살펴보니 생각보다 산이 거의 없는 나라들이 많았고, 그곳에서는 도시의 모습도, 교통도, 농업도 우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자료를 찾아볼수록 '산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풍경이 다른 수준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 자체를 바꾸는 중요한 조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산이 거의 없는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평평한 땅이 어떤 장점과 어려움을 만들어 냈는지 함께 알아보려고 한다.

 

산이 없는 나라에서는 어떻게 살아갈까? 평평한 땅이 만든 전혀 다른 삶의 방식
산이 없는 나라에서는 어떻게 살아갈까? 평평한 땅이 만든 전혀 다른 삶의 방식

끝없이 펼쳐진 평야는 사람들의 생활을 바꾼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70%가 산지다.

그래서 도시를 만들 때도 산을 피해야 하고, 도로를 놓을 때는 터널과 교량이 자주 필요하다. 평소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풍경이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세계에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나라가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국토 대부분이 매우 평평하며, 가장 높은 지점도 300m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심지어 국토의 상당 부분은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조금 놀라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을 기준으로 동네를 구분하는 경우도 많은데, 네덜란드에서는 끝없이 이어지는 평야가 일상적인 풍경인 것이다.

 

평평한 땅은 도시를 만들기에도 유리하다.

도로를 직선으로 놓기 쉽고, 철도를 건설하는 비용도 비교적 적게 든다.

자전거 문화가 발달한 것도 이러한 지형과 무관하지 않다.

언덕이 거의 없기 때문에 먼 거리도 자전거로 이동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농업에서도 큰 장점이 있다.

넓은 평야에서는 대형 농기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대규모 농사가 가능하다.

미국의 대평원이나 우크라이나의 비옥한 평야가 세계적인 곡창지대로 발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산이 적다는 것은 단순히 풍경이 다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동 방식과 도시의 모습, 농업의 형태까지 바꾸는 중요한 요소였던 것이다.

 

산이 없으면 편하기만 할까?

처음에는 산이 없으면 생활하기 훨씬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료를 읽을수록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산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역할을 해 주고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홍수였다.

산은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비가 내리면 나무와 흙이 물을 흡수하고, 천천히 강으로 흘려보낸다.

하지만 평야가 넓은 지역에서는 비가 내린 물이 빠르게 강으로 모이면서 큰 홍수가 발생하기 쉽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오랫동안 바다와 강의 범람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방과 수문 시설을 건설하며 물과 함께 살아가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바람도 문제다.

산은 거대한 바람막이 역할을 하지만, 평야에서는 강한 바람이 그대로 불어온다.

겨울철에는 차가운 바람을 막아 줄 지형이 없기 때문에 체감온도가 더욱 낮아지기도 한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풍경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곳에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게 된다.

하지만 평야 국가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들판과 하늘이 대표적인 풍경이 된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하늘이 훨씬 넓게 보이고, 해가 뜨고 지는 모습도 시야를 가리는 산이 없어 더욱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환경이 다르면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풍경도 달라진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람은 자연에 맞춰 살아가는 방법을 만든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사람은 자연을 바꾸기보다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이었다.

산이 많은 나라에서는 계단식 논을 만들고, 터널을 뚫으며 길을 연결했다.

반대로 산이 거의 없는 나라에서는 제방을 쌓고, 풍차를 이용해 물을 빼내며 넓은 평야를 활용했다.

 

네덜란드의 풍차 역시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었다.

과거에는 낮은 지대에 고인 물을 퍼내기 위한 중요한 시설이었다.

바다보다 낮은 땅에서도 사람이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물을 관리했기 때문이다.

또한 산이 적은 지역에서는 국경도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어렵다.

산맥은 오랫동안 나라와 나라를 나누는 경계 역할을 했지만, 평야에서는 인공적인 국경선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역사적으로 국경 분쟁이 자주 일어난 지역도 적지 않았다.

 

교통 역시 크게 달라졌다.

평야에서는 철도와 도로를 곧게 건설할 수 있어 물류가 발달했고, 산업 발전에도 유리한 조건이 되었다.

반대로 산이 많은 나라에서는 길 하나를 만드는 데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

 

문득 우리나라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우리는 산이 많다는 사실을 불편하게 생각할 때도 있지만, 산 덕분에 아름다운 자연을 가까이에서 즐기고, 계곡과 숲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반대로 평야 국가 사람들은 넓게 펼쳐진 들판과 시원한 하늘, 효율적인 교통망이라는 또 다른 장점을 누리며 살아간다.

결국 어느 환경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살아가는 자연환경에 맞는 삶의 방식을 만들어 왔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산이 없는 나라에서는 심심하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자료를 찾아보면서 산 하나의 존재가 사람들의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산이 많은 나라는 산을 넘고 계곡을 따라 살아가는 문화를 만들었고, 산이 거의 없는 나라는 넓은 평야를 활용하며 또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도시의 모습도, 농업도, 교통도, 홍수에 대응하는 방법도 모두 자연환경에 맞춰 변화한 결과였다.

 

우리는 익숙한 풍경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세계를 조금만 넓게 바라보면 같은 지구에서도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음에 지도를 펼쳐 보게 된다면 단순히 나라의 위치만 살펴보지 말고, 그 나라의 산과 평야, 강과 바다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도 함께 떠올려 보면 어떨까. 아마 평범했던 세계지도가 훨씬 더 흥미로운 이야기책처럼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