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호수나 연못이 얼어붙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의문이 생긴다. 기온이 매우 낮아지는 겨울에도 바다는 대부분 얼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 주변 바다는 한겨울에도 출렁이는 물결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북극이나 남극처럼 극지방에서는 바다가 얼어붙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모든 바닷물이 완전히 얼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얼음 아래에는 여전히 액체 상태의 바닷물이 존재한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그 이유는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염분 때문이다. 소금이 포함된 바닷물은 우리가 마시는 담수와 다른 물리적 성질을 가진다. 특히 물이 얼기 시작하는 온도인 어는점이 달라진다.
오늘은 바닷물이 잘 얼지 않는 이유와 북극·남극의 바다, 그리고 우리나라 동해와 서해의 차이까지 함께 살펴보자.

바닷물이 잘 얼지 않는 이유, 염분과 어는점의 관계
순수한 물은 섭씨 0도에서 얼기 시작한다.
우리가 학교 과학 시간에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바닷물은 상황이 다르다.
바닷물에는 소금과 다양한 미네랄이 녹아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염화나트륨, 즉 소금이다.
전 세계 바다의 평균 염분 농도는 약 3.5% 정도로 알려져 있다.
겉보기에는 적어 보일 수 있지만 물의 성질을 바꾸기에는 충분한 양이다.
염분이 포함되면 물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얼음 결정을 만드는 과정이 방해받는다.
쉽게 말하면 소금이 얼음 형성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바닷물은 담수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얼게 된다.
평균적인 바닷물의 어는점은 약 영하 1.8도 정도다.
즉, 기온이 0도 아래로 내려갔다고 해서 곧바로 얼지 않는다.
겨울철 도로에 소금을 뿌리는 원리도 이와 같다.
도로 위의 물에 소금이 섞이면 어는점이 내려가 얼음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
바닷물 역시 같은 원리로 얼음 형성이 늦어진다.
하지만 염분만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바다는 엄청난 양의 물을 가지고 있다.
물은 열을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쉽게 차가워지지 않는다.
여름 동안 저장한 열을 겨울에도 천천히 방출한다.
이 때문에 바다는 육지보다 온도 변화가 느리다.
낮에는 육지보다 덜 뜨거워지고 밤에는 덜 차가워진다.
결국 바닷물이 잘 얼지 않는 이유는 염분과 거대한 열 저장 능력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북극과 남극의 바다는 왜 얼어붙을까?
그렇다면 북극과 남극에서는 왜 바다가 얼어붙는 것일까?
앞서 설명했듯이 바닷물의 어는점은 약 영하 1.8도 정도다.
극지방의 겨울 기온은 이보다 훨씬 낮다.
북극의 경우 겨울철 기온이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 흔하다.
남극은 더 극단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영하 50도에서 영하 80도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이 정도 온도에서는 바닷물도 결국 얼 수밖에 없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다.
북극해와 남극 주변 바다의 얼음은 담수 얼음과 조금 다르다.
바닷물이 얼기 시작하면 순수한 물 분자들이 먼저 얼음 결정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소금은 대부분 주변 바닷물로 밀려난다.
그래서 해빙이라고 불리는 바다 얼음은 생각보다 염분이 낮다.
시간이 지나면 일부 해빙은 거의 담수에 가까운 성질을 갖게 된다.
또한 바다 전체가 얼어버리는 것도 아니다.
표면만 얼 뿐 아래쪽에는 여전히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한다.
실제로 북극해 얼음 아래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간다.
물고기와 플랑크톤, 해양 포유류 등이 활동한다.
만약 바다가 완전히 얼어버린다면 이런 생태계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남극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겨울이 되면 해빙 면적이 크게 늘어나고 여름이 되면 상당 부분 녹는다.
이러한 해빙은 지구 기후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북극 해빙이 감소하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얼음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전체 기후와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해와 서해는 왜 얼어붙는 정도가 다를까?
우리나라 주변 바다를 살펴보면 동해와 서해의 모습도 차이가 있다.
겨울철 뉴스를 보면 서해 일부 지역에서는 바다가 얼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동해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런 일이 드물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첫 번째 이유는 수심 차이다.
동해는 평균 수심이 매우 깊다.
깊은 곳은 수천 미터에 이르기도 한다.
반면 서해는 상대적으로 얕다.
평균 수심이 수십 미터 수준인 지역도 많다.
수심이 깊을수록 바닷물은 더 많은 열을 저장할 수 있다.
따라서 동해는 겨울에도 쉽게 식지 않는다.
반면 얕은 서해는 열을 저장할 수 있는 양이 적어 더 빨리 차가워진다.
두 번째 이유는 해류의 영향이다.
동해에는 따뜻한 난류가 흐른다.
대표적으로 동한난류는 남쪽의 따뜻한 물을 북쪽으로 운반한다.
이 덕분에 동해의 수온은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된다.
반면 서해는 난류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겨울철 북서풍의 영향을 직접 받기 때문에 수온이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
세 번째 이유는 지형적 특성이다.
서해는 만과 갯벌이 발달해 있다.
물이 얕고 정체되는 구역이 많다.
이러한 지역은 강한 한파가 오면 부분적으로 얼어붙기도 한다.
실제로 과거 기록을 보면 매우 추운 겨울에는 인천 앞바다나 서해 북부 지역에서 해빙 현상이 관찰되기도 했다.
반면 동해는 수심이 깊고 해류가 활발하게 움직여 얼음이 형성되기 어렵다.
결국 같은 대한민국의 바다라도 수심과 해류, 지형 조건에 따라 얼어붙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바닷물이 얼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물이 많아서가 아니다.
염분이 어는점을 낮추고, 바다가 거대한 열 저장고 역할을 하며, 해류와 수심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북극과 남극처럼 극심한 추위가 지속되는 지역에서는 바다도 얼어붙는다.
하지만 그 얼음 아래에는 여전히 액체 상태의 바닷물이 존재하며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간다.
우리 주변의 동해와 서해 역시 같은 바다처럼 보이지만 수심과 해류의 차이 때문에 겨울철 모습이 달라진다.
결국 바다는 단순히 큰 물웅덩이가 아니라 기후와 생태계, 그리고 지구 환경 전체를 조절하는 거대한 자연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 바다를 바라볼 때마다 그 안에 숨겨진 과학의 원리를 떠올려 본다면 바다를 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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