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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의 이야기

설악산은 왜 유난히 바위산이 많을까? 화강암이 만든 대한민국 최고의 절경

by 지리노트 2026. 7. 17.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을 떠올리면 많은 사람이 지리산과 설악산을 꼽는다. 그런데 두 산을 직접 가본 사람이라면 한 가지 차이를 금방 느끼게 된다. 지리산은 울창한 숲과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는 반면, 설악산은 거대한 바위 봉우리와 깎아지른 절벽이 유난히 많다. 특히 울산바위, 공룡능선, 천불동계곡 같은 곳은 마치 외국의 암석 국립공원을 연상시킬 정도로 웅장한 풍경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설악산은 다른 산보다 바위가 유난히 많을까? 단순히 높은 산이라서일까, 아니면 특별한 지질학적 이유가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설악산의 독특한 풍경은 수억 년 전 만들어진 화강암과 오랜 시간 반복된 풍화·침식 작용이 함께 만든 결과다. 지금 우리가 감탄하는 바위 능선 하나하나에는 지구의 긴 역사와 우리나라 자연환경의 특징이 그대로 담겨 있다.

 

몇 해 전 가을, 공룡능선을 걸었던 적이 있다.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도 인상적이었지만 실제로 마주한 암봉들은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다. 나무보다 바위가 먼저 눈에 들어왔고, 능선을 따라 걷는 내내 흙길보다 암반을 밟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때 '왜 설악산만 이렇게 바위가 많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이후 설악산의 지질과 형성 과정을 찾아보면서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설악산이 바위산이 된 이유를 지질학과 지리의 관점에서 쉽게 살펴본다.

 

설악산은 왜 유난히 바위산이 많을까? 화강암이 만든 대한민국 최고의 절경
설악산은 왜 유난히 바위산이 많을까? 화강암이 만든 대한민국 최고의 절경

설악산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설악산이 바위산으로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산을 이루는 암석 자체가 대부분 화강암이기 때문이다.

화강암은 지하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아주 오랜 시간 천천히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암석이다. 천천히 식기 때문에 광물 입자가 굵고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화강암을 볼 수 있지만, 설악산은 특히 넓은 범위에 화강암이 분포하고 있다.

 

약 1억 8천만 년 전에서 1억 년 전 사이, 한반도 지하에서는 활발한 지각 활동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거대한 화강암체가 시간이 흐르면서 지표 가까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후 수천만 년 동안 위를 덮고 있던 암석층이 침식되면서 단단한 화강암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것이 오늘날 설악산의 바위산 경관의 시작이 되었다.

 

화강암은 단단하지만 일정한 방향으로 갈라지는 절리(節理)가 잘 발달하는 특징이 있다. 절리를 따라 빗물과 눈, 얼음이 반복해서 스며들고 팽창과 수축을 거듭하면서 암석이 조금씩 갈라지고 떨어져 나갔다. 이 과정이 수백만 년 동안 반복되면서 오늘날처럼 날카로운 암봉과 절벽이 형성된 것이다.

 

설악산을 걷다 보면 거대한 바위가 층층이 쌓인 듯한 모습이나, 칼로 자른 듯한 절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화강암의 성질과 오랜 풍화 과정이 만든 자연의 작품이다.

 

빙하기와 풍화 작용이 지금의 절경을 만들었다

설악산이 지금처럼 웅장한 암석 지형을 갖게 된 데에는 기후의 영향도 매우 컸다.

과거 빙하기에는 지금보다 훨씬 추운 기후가 이어졌다. 설악산 정상 부근에서는 낮 동안 녹은 물이 바위 틈으로 스며들었다가 밤이 되면 얼어붙는 일이 반복되었다. 물은 얼면 부피가 약 9% 늘어나기 때문에 바위 틈을 조금씩 벌려 놓는다. 이 과정을 동결·융해 작용이라고 한다.

 

수십만 년, 수백만 년 동안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서 작은 균열은 점점 커졌고, 결국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떨어져 나갔다. 떨어진 암석은 계곡을 따라 이동하거나 산비탈 아래에 쌓였고, 일부는 다시 풍화되며 지금의 지형을 만들었다.

설악산의 대표 명소인 천불동계곡과 백담계곡을 걸어보면 커다란 바위들이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것 역시 오랜 세월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화강암들이 물의 흐름을 따라 이동한 결과다.

 

공룡능선의 뾰족한 암봉들도 같은 원리로 형성되었다.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은 먼저 침식되어 사라지고, 단단한 부분만 남으면서 지금과 같은 독특한 능선이 만들어진 것이다.

 

직접 설악산을 걸을 때 가장 놀라웠던 점은 숲보다 바위가 풍경의 중심이라는 사실이었다. 같은 국립공원이라도 지리산에서는 숲길이 오래 이어지는 반면, 설악산에서는 거대한 암벽이 계속 시야를 채운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경관의 차이가 아니라 산을 이루는 암석과 형성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라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설악산의 바위는 대한민국 최고의 자연유산이 되었다

설악산의 바위 지형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학술적 가치와 생태적 가치까지 함께 지닌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암벽 사이에는 일반 산지와 다른 환경이 만들어진다. 바위틈에는 얇은 토양만 형성되기 때문에 강한 바람과 추위를 견디는 식물들이 살아간다. 일부 희귀 고산식물은 이러한 환경에서만 자라며, 설악산이 생물다양성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된다.

 

또한 암석지형은 다양한 동물들의 서식처 역할도 한다. 바위틈은 작은 포유류와 조류가 몸을 숨기기에 적합하며, 급경사 암벽은 사람의 접근이 어려워 야생동물에게 비교적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

설악산의 대표적인 바위 명소인 울산바위도 오랜 풍화와 침식의 결과로 형성된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다. 높이 수백 미터에 달하는 암벽은 보는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설악산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가을 단풍철이면 붉게 물든 단풍과 회색 화강암이 만들어 내는 색의 대비는 설악산만의 독특한 풍경을 완성한다. 만약 설악산이 흙과 숲으로만 이루어진 산이었다면 지금처럼 극적인 절경은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늘날 설악산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공원이자 세계적으로도 아름다운 산악 경관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지질학적 특징 덕분이다. 수억 년 동안 이어진 지구의 변화가 지금 우리가 감상하는 절경을 만든 셈이다.

 

설악산에 바위가 유난히 많은 이유는 단순히 산이 높기 때문이 아니다. 산을 이루는 주성분이 단단한 화강암이며, 그 화강암이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 그리고 빙하기의 동결·융해 작용을 겪으면서 오늘날과 같은 암봉과 절벽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룡능선의 웅장한 암봉을 보며 감탄하고, 울산바위 앞에서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사실은 수억 년의 시간이 만든 자연의 작품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설악산은 단순한 등산 명소가 아니라 한반도의 지질 역사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 주는 거대한 자연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다음에 설악산을 찾게 된다면 정상을 향해 걷는 것만이 아니라, 발아래 놓인 화강암과 눈앞의 거대한 암벽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한 번 떠올려 보자. 풍경은 변하지 않지만, 그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 이전과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