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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의 이야기

우리나라에는 왜 고원이 거의 없을까? 산은 많은데 평평한 땅이 드문 이유

by 지리노트 2026. 7. 20.

우리나라는 흔히 '산이 많은 나라'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국토의 약 63%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디를 가더라도 크고 작은 산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산은 많지만 고원(高原)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세계에는 티베트고원처럼 해발 4,000m가 넘는 거대한 고원도 있고, 브라질고원이나 데칸고원처럼 수백만 년 동안 넓게 유지된 고원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교과서에서 대관령이나 태백고원을 배우기는 하지만, 세계적인 규모의 고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는 산은 많은데 고원은 거의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한반도의 형성과 오랜 침식 과정 때문이며, 산의 높이보다 지질학적 역사가 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예전에 강원도를 여행하면서 대관령을 지나간 적이 있었다. 해발이 제법 높은 곳인데도 기대했던 것처럼 끝없이 평평한 고원이 펼쳐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산과 계곡이 반복되는 지형이 이어졌고, '고원이라기보다는 높은 산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 세계의 대표적인 고원들과 한반도의 지형을 비교해 보니, 우리나라에 고원이 적은 이유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나라에 고원이 거의 없는 이유를 지질과 지형의 관점에서 쉽게 알아본다.

 

우리나라에는 왜 고원이 거의 없을까? 산은 많은데 평평한 땅이 드문 이유
우리나라에는 왜 고원이 거의 없을까? 산은 많은데 평평한 땅이 드문 이유

고원은 높은 산이 아니라 '높고 평평한 땅'이다

먼저 고원이 무엇인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해발이 높으면 모두 고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다.

고원은 해발이 높으면서도 비교적 넓고 평평한 지형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티베트고원이다.

티베트고원은 평균 해발이 4,000m가 넘지만 수백 킬로미터 이상 평탄한 지형이 이어진다. 브라질고원과 에티오피아고원 역시 높은 지대가 넓게 펼쳐져 있어 '고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산들은 대부분 능선과 계곡이 반복되는 형태다. 높은 곳까지 올라가도 넓은 평지가 이어지기보다 봉우리와 골짜기가 계속 나타난다.

즉, 우리나라에는 높은 산은 많지만 높고 평평한 땅이 매우 적기 때문에 고원이 많지 않은 것이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태백고원도 세계적인 기준에서는 거대한 고원이라기보다 높은 산지 위에 형성된 완만한 지형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한반도는 오랜 침식으로 산이 깎여 왔다

우리나라에 고원이 적은 가장 큰 이유는 오랜 시간 동안 침식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이루는 암석의 상당수는 매우 오래전에 만들어졌다.

현재의 산들은 젊은 산맥이 아니라 수억 년 동안 비와 바람, 강물의 침식을 받아온 오래된 산들이다.

처음에는 훨씬 높고 거대한 산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긴 시간 동안 풍화와 침식이 반복되면서 봉우리는 낮아지고 계곡은 깊어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름철 강수량이 많다.

장마와 태풍은 강한 침식을 일으키며 계곡을 계속 깊게 만든다.

강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암석을 조금씩 깎아 내리고, 그 과정이 수천만 년 동안 반복되면서 평평한 지형보다 굴곡이 많은 산지가 만들어졌다.

 

세계적인 고원들은 대개 지각이 넓게 융기한 뒤 비교적 평탄한 상태를 유지하거나, 건조한 기후 때문에 침식이 느리게 진행된 지역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비가 풍부하고 하천이 촘촘하게 발달해 침식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다.

결국 높은 평지가 유지되지 못하고 골짜기와 능선으로 잘게 나뉘게 된 것이다.

 

예전에 대관령 전망대에서 주변을 바라봤을 때도 끝없이 이어지는 평원이 아니라 산줄기와 계곡이 반복되는 풍경이 펼쳐졌다. 같은 높은 지역이라도 티베트고원이나 몽골고원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그 차이가 바로 오랜 침식과 지질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래도 우리나라에도 '고원 같은 지역'은 있다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고원은 없지만, 완전히 고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태백고원이다.

강원도 태백시와 정선군, 삼척시 일대는 해발 700~1,000m 안팎의 비교적 높은 지역이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고랭지 배추와 감자 재배가 활발하다. 여름에도 기온이 비교적 낮고 일교차가 커서 고랭지 농업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는 대관령을 들 수 있다.

대관령은 높은 고개이자 완만한 산지로, 목장과 풍력발전단지가 자리 잡아 우리나라에서도 독특한 풍경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러한 지역 역시 세계적인 고원처럼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평탄한 지형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높은 산지 사이에 비교적 완만한 지형이 형성된 사례에 가깝다.

이처럼 한반도는 전반적으로 산지가 많고, 침식이 활발하게 진행된 지형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규모의 고원이 발달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이러한 지형 덕분에 우리나라에는 아름다운 계곡과 다양한 산악 경관이 발달했다. 설악산의 암봉, 지리산의 깊은 계곡, 북한산의 화강암 능선처럼 지역마다 서로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런 지형적 특징 덕분이다.

 

 

우리나라에 고원이 거의 없는 이유는 산이 낮아서가 아니다. 한반도는 오래된 지질 구조 위에서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을 받아 왔고, 강수량이 많은 기후까지 더해지면서 높은 평지가 유지되지 못하고 능선과 계곡이 반복되는 산지로 변화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산은 많지만 고원은 드물고, 대신 다양한 산악 지형과 계곡, 하천이 발달하게 되었다.

 

다음에 강원도나 태백산맥을 여행하게 된다면 '왜 이렇게 산과 계곡이 계속 이어질까?'라는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자. 우리나라에 고원이 적은 이유를 이해하는 순간, 평소 익숙했던 풍경도 수억 년의 시간이 만든 지질의 결과라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