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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리 이야기

한강의 모래섬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서울의 도시 개발 속에 사라진 한강의 섬들

by 지리노트 2026. 8. 11.

서울의 한강을 바라보면 넓은 강물과 잘 정비된 둔치, 수많은 다리와 고층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금의 한강은 오랫동안 이렇게 존재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거의 한강을 들여다보면 지금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한강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섬이 있었고, 그중 상당수는 모래와 흙이 쌓여 만들어진 자연적인 섬이었다. 잠실도, 저자도, 부리도, 무동도, 백마도 같은 이름들이 실제 한강의 섬을 가리키고 있었다. 일부는 육지가 되었고, 일부는 흔적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라졌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서울의 한강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잠실과 압구정, 여의도 일대가 사실은 강의 흐름과 퇴적 작용으로 만들어진 섬과 모래벌판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섬들은 자연적으로 사라진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한강의 모래섬 가운데 상당수는 서울의 급격한 도시 개발 과정에서 육지로 바뀌거나 토사가 다른 개발 현장에 사용되면서 사라졌다. 특히 1960~1970년대 이후 한강을 도시의 생활공간이자 교통과 산업의 기반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한강의 물길과 섬의 모습도 크게 변했다.

한강의 사라진 섬을 살펴보면 서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자연환경이 도시의 모습에 어떤 방식으로 흔적을 남겼는지를 함께 이해할 수 있다.

 

한강에는 과거 어떤 모래섬이 있었고 왜 사라졌을까? 잠실도, 저자도, 부리도, 무동도 등 사라진 한강의 섬과 여의도·밤섬의 변화를 통해 서울의 도시 개발이 한강의 지형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살펴본다.

 

한강의 모래섬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서울의 도시 개발 속에 사라진 한강의 섬들
한강의 모래섬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서울의 도시 개발 속에 사라진 한강의 섬들

한강에는 왜 모래섬이 많았을까?

한강의 섬이 사라진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먼저 왜 그런 섬들이 만들어졌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한강은 상류의 산지에서 흘러내린 물과 함께 수많은 흙과 모래를 운반한다. 강물이 흐르는 동안에는 물의 힘에 의해 토사가 이동하지만, 물의 속도가 느려지는 구간에 도착하면 일부가 바닥에 쌓인다.

특히 하천의 폭이 넓어지고 물의 흐름이 느려지는 곳에서는 이러한 퇴적이 반복된다.

처음에는 작은 모래톱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홍수와 퇴적이 반복되면서 모래와 자갈이 계속 쌓이고, 물길이 주변으로 갈라지면서 하나의 섬처럼 성장할 수 있다.

 

한강에 과거 여러 개의 하중도가 존재했던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자료에서도 한강이 상류에서 운반한 물과 토사가 하류에 쌓이면서 여의도, 선유도, 밤섬 등의 하중도를 형성해 왔다고 설명한다.

이런 섬은 처음부터 단단한 암석으로 만들어진 섬과는 성격이 다르다.

말 그대로 강이 만든 섬이다.

따라서 물길이 바뀌면 섬의 모습도 바뀐다. 홍수가 발생하면 일부가 깎여 나갈 수도 있고, 반대로 새로운 모래가 쌓이면서 섬의 면적이 커질 수도 있다.

 

사람이 손대지 않았다면 한강의 섬들은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계속 변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점이 한강의 모래섬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 섬들은 영원히 고정된 땅이 아니라 강의 흐름과 함께 태어나고 성장하며 때로는 사라지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서울이 도시로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이 자연스러운 변화에 인간의 개발이라는 새로운 힘이 더해졌다.

 

잠실도와 저자도는 왜 사라졌을까?

한강의 사라진 섬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곳이 잠실도와 저자도다.

지금의 잠실을 떠올리면 아파트와 대형 상업시설, 운동장이 밀집한 거대한 도시 공간이 먼저 생각난다. 그러나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이곳의 풍경은 전혀 달랐다.

잠실 일대에는 잠실도와 부리도, 무동도 등이 존재했다. 특히 잠실도는 뽕나무가 많아 양잠과 관련된 생활이 이루어지던 섬이었다. 1970년대 잠실지구 종합개발이 진행되면서 이 일대의 물길과 섬의 형태가 크게 바뀌었고, 공유수면 매립을 통해 육지가 확대됐다. 당시 일부 남겨진 옛 물길이 오늘날의 석촌호수로 이어졌다.

지금 석촌호수를 걸어보면 이곳이 한때 한강의 물길이었다는 사실을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의 도시 경관 아래에는 과거의 하천 지형이 남아 있는 셈이다.

 

저자도의 경우는 더욱 직접적이다.

금호동과 옥수동 남쪽 한강에 있었던 저자도는 대표적인 모래섬이었다. 조선시대부터 존재했던 이 섬은 20세기까지 상당한 규모를 유지했지만, 1970년대 압구정동 개발 과정에서 섬의 토사가 반출되면서 사라졌다. 당시 섬에서 채취한 토사는 주변 지역의 택지 조성 등에 이용됐다.

 

이 대목에서 한강 개발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섬이 단순히 없어진 것이 아니라 섬 자체가 도시를 만드는 재료가 되었다는 점이다.

한강의 모래와 흙은 오랫동안 자연이 쌓아 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도시가 확장되면서 사람들은 그것을 새로운 땅을 만드는 데 활용했다.

자연이 만든 땅이 다시 도시를 만드는 재료가 된 것이다.

이런 과정을 생각하면 서울의 개발 역사가 단순히 건물을 많이 지은 역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강의 물길과 모래, 섬까지 도시의 재료로 활용하면서 서울의 지형 자체가 변화한 역사이기도 하다.

 

사라진 섬 가운데 다시 살아난 곳도 있다

그렇다고 한강의 섬이 모두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강에는 인간의 개발로 사라질 뻔했다가 자연의 힘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섬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밤섬이다.

밤섬은 여의도 개발 과정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1968년 여의도 개발과 제방 공사 과정에서 밤섬이 폭파되었고, 섬의 골재가 제방과 개발에 활용됐다. 당시에는 한강의 물길을 정비하고 여의도를 홍수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다.

사람들은 그렇게 밤섬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남아 있던 섬의 흔적에 한강이 운반한 퇴적물이 다시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밤섬은 점차 새로운 모습을 갖추었고, 오늘날에는 사람의 출입이 제한된 중요한 생태 공간이 되었다. 퇴적물이 쌓이면서 철새들의 서식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밤섬의 이야기는 한강이라는 강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사람이 강의 물길을 바꾸고 섬을 없앨 수는 있지만, 강이 흙과 모래를 운반하고 쌓는 자연의 과정까지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강은 계속 움직인다.

오늘의 한강은 어제의 한강과 같지 않고, 지금의 섬 역시 미래에는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

밤섬은 그 사실을 서울 한복판에서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한강의 사라진 섬을 단순히 '개발 때문에 없어졌다'고만 이해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강의 섬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인간의 필요에 따라 변형되었고, 다시 자연의 힘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잠실도와 부리도, 저자도, 무동도 등 많은 섬은 서울의 도시 개발 과정에서 육지가 되거나 토사가 개발에 이용되면서 과거의 모습에서 사라졌다. 일부 섬은 흔적만 남겼고, 일부는 현재의 도시 공간 속에 완전히 편입됐다.

하지만 이 섬들을 단순히 개발 때문에 사라진 자연이라고만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그 섬들은 애초에 한강이 오랜 시간 동안 흙과 모래를 운반해 만들어 낸 지형이었다. 그리고 도시가 성장하면서 사람들은 그 땅을 다시 도시의 일부로 바꾸었다.

 

잠실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섬이었던 공간이 지금은 서울의 대표적인 도시가 되었다. 저자도의 토사는 압구정 일대의 도시 개발에 활용되었다. 여의도 역시 과거에는 넓은 모래사장을 가진 섬이었지만 지금은 서울의 정치와 금융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여의도의 과거 모습과 개발 과정 역시 현재의 도시 경관과는 상당히 달랐다.

이렇게 보면 서울의 도시 풍경은 자연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땅 가운데 상당 부분에는 과거 한강의 물길과 모래섬의 흔적이 숨어 있다.

 

그리고 밤섬은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람이 한때 없애버렸던 섬이 자연의 퇴적 작용을 통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 관련 자료에서도 한강의 섬들이 퇴적과 침식, 개발 과정에 따라 생성과 소멸을 반복해 왔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결국 한강의 역사는 강이 땅을 만들고, 사람이 그 땅을 도시로 바꾸고, 다시 자연이 자신의 흔적을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에 한강을 바라볼 때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다리와 아파트만 볼 필요가 없다.

그 아래에는 사라진 섬의 흔적이 있고, 우리가 걷는 도시의 땅 아래에는 과거 강물이 흘렀던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서울의 한강은 단순히 서울을 가로지르는 큰 강이 아니다. 그 안에는 자연이 만든 섬과 사람이 만든 도시, 그리고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변화해 온 대한민국의 지리적 시간이 함께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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