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우리나라의 호수와 하천은 얼어붙는 곳이 많아진다. 산골짜기의 작은 계곡에는 얼음이 생기고,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날에는 강의 가장자리에도 얼음이 떠다닌다. 그런데 같은 겨울인데도 바다를 바라보면 조금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특히 동해는 겨울철에도 넓은 바다 전체가 얼어붙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해안은 겨울이면 매서운 바람이 불고 기온도 크게 떨어진다. 속초나 강릉, 울진처럼 한겨울 추위가 강한 지역에서도 바닷물이 쉽게 얼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상한 일이다. 육지는 영하로 떨어지는데 바로 옆 바다는 왜 계속 출렁이고 있을까.
처음에는 바닷물이 짜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소금이 녹아 있는 바닷물은 민물보다 어는점이 낮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동해가 겨울에도 잘 얼지 않는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
동해의 깊은 수심과 비교적 복잡한 해류, 파도와 바람에 의한 물의 움직임, 그리고 바다에 저장된 막대한 열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동해가 겨울에도 쉽게 얼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바닷물이 짜서'가 아니라 동해라는 바다가 가진 지형과 물의 성질, 그리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해양 환경에 있다.
바닷물의 염분과 어는점, 동해의 깊은 수심, 해류와 파도, 바다의 열 저장 능력과 한반도의 겨울 기후를 통해 동해가 쉽게 얼지 않는 이유를 지리학적으로 알아본다.

바닷물은 왜 민물보다 얼기 어려울까?
동해가 겨울에도 쉽게 얼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바닷물이 민물과 다르기 때문이다.
바닷물에는 염분을 비롯해 다양한 물질이 녹아 있다. 물에 다른 물질이 녹아 있으면 물 분자들이 얼음 결정으로 배열되는 과정이 방해받기 때문에 어는점이 낮아진다.
민물은 일반적으로 0℃에서 얼기 시작하지만, 바닷물은 염분 때문에 0℃보다 낮은 온도에서 얼기 시작한다. 평균적인 해수는 대략 영하 1.8℃ 정도까지 내려가야 얼기 시작한다.
따라서 같은 기온이라도 민물보다 바닷물이 얼기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우리나라 동해안의 겨울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해서 바닷물의 온도까지 바로 영하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바다는 육지보다 온도 변화가 느리다.
여름에 바닷가에 가면 뜨겁게 달궈진 육지보다 바닷물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겨울에는 바닷물이 육지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것은 물이 가진 높은 비열과 관련이 있다.
물은 많은 양의 열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온도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여름 동안 바다가 받아들인 태양 에너지는 바닷물 속에 저장되고, 겨울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도 그 열이 천천히 빠져나간다.
그래서 바다는 육지처럼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차가워지지 않는다.
특히 동해처럼 수심이 깊은 바다는 단순히 표면의 온도만으로 전체적인 열 상태가 결정되지 않는다. 깊은 곳까지 많은 양의 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바다 전체가 냉각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즉, 겨울의 동해는 차갑기는 하지만 쉽게 얼어붙을 만큼 빠르게 냉각되지는 않는다.
동해가 깊다는 사실은 왜 중요할까?
동해가 겨울에도 쉽게 얼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동해의 지형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동해는 우리나라 동쪽에 붙어 있는 바다이지만 단순히 얕은 연안 바다가 아니다. 평균 수심이 상당히 깊고, 중앙부에는 깊은 해저 지형이 발달해 있다.
이런 깊은 바다는 겨울철 바닷물의 온도 변화에도 영향을 준다.
바다는 표면만 움직이는 거대한 물웅덩이가 아니다. 바닷물은 바람과 파도, 밀도 차이, 해류 등에 의해 계속 움직인다.
겨울이 되어 표층의 바닷물이 차가워지면 물의 밀도도 변한다. 이 과정에서 바닷물이 아래쪽으로 섞이고, 상대적으로 따뜻한 아래쪽 물과의 혼합이 일어난다.
쉽게 말하면 바다 표면만 차갑게 식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 전체가 서로 섞이면서 열이 이동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바닷물의 표면 온도가 단기간에 크게 떨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동해에는 해류의 영향도 있다.
우리나라 동해안에는 난류의 영향을 받은 물이 유입된다. 대표적으로 동한난류가 알려져 있는데, 이는 남쪽에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닷물을 북쪽으로 운반한다.
겨울철에도 이러한 해류의 영향이 이어지기 때문에 동해안의 바닷물은 같은 위도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물론 동해 전체의 수온이 언제나 따뜻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겨울이 되면 수온은 당연히 크게 낮아진다. 다만 바닷물이 계속 이동하고 섞이면서 한곳의 물이 장시간 정체되어 얼음이 만들어지는 환경이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여기에 파도도 영향을 준다.
바닷물이 계속 움직이면 표면에 만들어진 얇은 얼음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파도와 바람은 물과 대기를 계속 섞어 놓기 때문이다.
결국 동해는 깊고, 움직이고, 서로 다른 온도의 물이 섞이는 바다이기 때문에 겨울에도 전체가 쉽게 얼어붙지 않는다.
그렇다면 동해에는 얼음이 전혀 생기지 않을까?
동해가 겨울에도 잘 얼지 않는다고 해서 얼음이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매우 추운 날씨가 장기간 이어지고 바람이 약하며 파도가 잔잔한 얕은 연안에서는 바닷물이 얼 수 있다.
우리나라 동해안에서도 강한 한파가 찾아오면 해안의 얕은 물이나 방파제 주변에서 얇은 얼음이 관찰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얼음은 넓은 바다 전체가 얼어붙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현상이다.
바다가 광범위하게 얼기 위해서는 해수의 온도가 충분히 낮아지고, 그 상태가 일정 시간 지속되어야 한다. 동시에 바람과 파도 같은 물리적인 움직임도 약해야 한다.
동해에서는 이런 조건이 동시에 갖춰지기 어렵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기후도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는 겨울철에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차가운 북서풍이 불지만, 동해안의 기온은 같은 위도의 내륙 지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온화한 경우가 많다.
바다에서 공급되는 열이 주변 공기의 온도를 어느 정도 완화하기 때문이다.
강릉이나 속초 같은 동해안 도시가 같은 위도의 내륙 지역보다 겨울 기온이 상대적으로 온화하게 나타나는 것도 바다의 영향과 관련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바다가 겨울철 기온을 완화하는 동시에 여름철에도 기온 상승을 억제한다는 사실이다.
바다는 계절에 따라 열을 저장하고 방출하면서 주변 지역의 기온 변화를 완만하게 만든다.
그래서 동해안의 겨울 풍경은 단순히 '추운 바다'라고만 설명하기 어렵다.
육지에서는 매서운 한파가 이어져도 바다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식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주변 지역의 기온까지 조절하고 있다.
동해는 왜 겨울에도 잘 얼지 않을까.
첫 번째 이유는 바닷물에 염분이 들어 있어 어는점이 민물보다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동해가 깊은 바다라는 점도 중요하다. 깊은 바다는 많은 양의 열을 저장하고 있으며, 겨울철 표면이 차가워져도 바닷물의 혼합과 순환이 계속된다.
여기에 해류의 영향도 더해진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쪽의 바닷물이 동해안을 따라 이동하면서 바닷물이 빠르게 얼음점에 도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파도와 바람 역시 바닷물을 끊임없이 움직인다. 바닷물이 정체되어 있는 호수와 달리 동해는 계속 움직이는 거대한 물의 공간이기 때문에 얼음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결국 동해가 겨울에도 잘 얼지 않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염분, 깊은 수심, 바닷물의 열 저장 능력, 해류, 파도와 바람, 그리고 한반도의 기후가 함께 작용한 결과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겨울 동해의 풍경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파도가 거세게 밀려오는 바다는 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실 끊임없이 열을 이동시키며 자신의 온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동해안의 겨울 풍경은 육지와 바다의 온도 차이를 직접 보여주는 공간이다. 산과 도시는 차갑게 식어가는데 바로 옆의 바다는 여전히 움직인다. 그리고 그 바다가 가진 열은 다시 주변의 기온과 날씨에 영향을 준다.
우리가 흔히 바다를 단순히 넓은 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바다는 거대한 열 저장고이자 끊임없이 움직이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동해가 겨울에도 얼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는 것은 결국 동해라는 공간의 특징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지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왜 이곳은 이런 모습일까'라는 질문 하나가 자연환경과 사람의 생활을 연결해 준다. 겨울에도 쉽게 얼지 않는 동해 역시 마찬가지다.
바다가 얼지 않는다는 평범한 풍경 뒤에도 염분과 수심, 해류와 기후라는 복잡한 지리적 조건이 숨어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2026.07.26 - [대한민국 지리 이야기] - 해안 절벽은 왜 동해에 많을까? 서해와 남해에는 적은 이유
해안 절벽은 왜 동해에 많을까? 서해와 남해에는 적은 이유
우리나라 해안을 여행하다 보면 지역마다 풍경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서해에서는 넓게 펼쳐진 갯벌과 완만한 해변을 자주 볼 수 있는 반면, 동해에서는 바다 바로 옆으로
hyererimi.com
2026.07.27 - [대한민국 지리 이야기] - 모래사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바다가 수천 년 동안 만든 자연의 해변
모래사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바다가 수천 년 동안 만든 자연의 해변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찾는다. 해변에 펼쳐진 고운 모래를 밟고 걷거나,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안을 산책하는 것은 바다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에도 해운대해
hyererimi.com
'대한민국 지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팔당호는 왜 만들어졌을까? 서울의 물을 책임지는 인공호수의 탄생 배경 (0) | 2026.08.12 |
|---|---|
| 한강의 모래섬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서울의 도시 개발 속에 사라진 한강의 섬들 (0) | 2026.08.11 |
| 하천 직강화는 왜 이루어졌을까? 자연의 물길을 곧게 만든 이유 (0) | 2026.08.10 |
| 우리나라 강에는 왜 폭포가 적을까? 한반도의 지형이 만든 특별한 하천 풍경 (0) | 2026.08.09 |
| 강 하구에는 왜 도시가 많을까? 대한민국 주요 도시가 강의 끝에서 시작된 이유 (0) | 2026.08.08 |